20.4 멕시코 여행 (Mexico Trip)

캐나다에 살면서 북미 장거리 운전을 여행 삼아 흔히 떠날 수가 있는데, 캐나다의 운전 면허와 자동차 보험은 미국에서도 유효하기 때문에 별 부담이 없다. 또한 미국으로 운전하여 내려간 김에 인접 국가인 멕시코도 여행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는 캐나다와 미국의 운전 면허는 인정해 주지만 자동차 보험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무보험 운전이 된다.

필자는 그것을 모르고서 미국 산디에고(San Diego)에서 자동차를 렌트하여 인접한 멕시코 도시인 티후아나(Tijuana)에 운전하여 갔다. 산디에고는 멕시코와 국경선이 접한 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차들이 줄을 지어 매일 국경을 넘어 가는 것을 여러 번 보고서 나도 줄지어 있는 차량을 따라서 국경을 넘었다.

처음 간 멕시코 여행길이라 먼저 도시의 번화가를 향해 운전을 하는데, 복잡한 길에서 어디선가 다가온 택시가 갑자기 서서 고의로 접촉 사고를 내려고 하여 경계심이 생겼다. 멕시코에 들어서니 미국과는 수준이 여러가지로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흙 묻은 개들, 산에 쓰러질 듯 지어진 허름한 집, 허름한 길을 다니는 낡은 차 등, 낮설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한 그런 분위기였었다.

티후아나 거리에서 원주민인듯한 노점상과 택시 운전사
티후아나 거리에서 만난 원주민인듯한 노점상과 택시 운전사 – 2007

시내에 도착하여 길을 걸으며 관광을 하였는데, 한국인같은 얼굴이 얼른 눈에 띠어 말을 해 보니 한국인이였었다. 반가와서 이것 저것 묻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며 길을 같이 걸었는데, 행동이 좀 이상한 것이 느껴졌었다. 걷는 도중에 음식점을 지나면 길앞에 진열해 놓은 음식을 허겁지겁 집어 먹고서 돈을 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내가 대신 음식값을 지불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그냥 내 주었었는데 여러번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길거리 생활을 하는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그 사람이 음식을 또 먹고 있는 도중에 혼자서 자리를 떴다. 번화한 빌딩 사이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뒤돌아 보았으나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아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약 10분 정도 지난 후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아서 돌아보니 또 그 사람이였었다. 어떻게 나를 찾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내가 같이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자 상대방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시내 구경을 하다보니 현금이 떨어져서 마침 있던 은행현금자동 입출금기(ATM)에서 신용카드로 돈을 찾으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기계에서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는데 신용카드로 돈을 찾은 적이 없어서 비밀번호를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뒤에서 그걸 본 어떤 청년이 불쑥 내게 와서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내 신용카드를 달라고 하였다. 신용카드를 주고서 어떻게 하나 보고 있는데, 내 카드를 실수로 땅에 떨어뜨리며 줍는 사이에 다른 카드와 바꿔치기 하는 것이 보였다. 바꿔치기한 카드를 기계에 넣고서 내게 비밀번호를 묻는 것이었다. 나도 사실 비밀번호를 몰라서 여러 차례 아는 번호를 시도하던 중이여서, 모른다고 하였다. 그러자 진짜로 모르냐고 되묻다가 이 청년은 체념한 듯 다시 그 가짜 카드를 땅에 떨어뜨려 주우면서 내 카드와 되바꿔치기하여 돌려주었다. 이것을 보고서 이 도시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경각심이 더더욱 들었다.

도시 길거리에 라틴 음악 소리는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은 거리를 메우며 북적거렸다. 이왕 온김에 용기를 내어 한 댄스장에 들어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춤을 추고 있는데, 한 여자가 나를 반가이 맞이하며 자기를 따라와라고 하였다. 가지 않겠다고 여러가지 말을 하여도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영어를 못알아들어서인지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생각 끝에 “No Money”라고 말하자 돈 없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바로 사라져버렸다.

맥시코 길거리 악사
맥시코 음식점의 악사 – 2007

밤이 늦어 티유아나에서 미국으로 운전하여 돌아오는데, 북쪽으로 올라만 가면 될 것 같았던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 저곳 헤메고 있자, 멕시코 경찰차가 나타나 차를 정지시키고 검문을 시작하였다. 이유를 물으니 내 차가 길을 잃은 것 같아서 정차시켰다는 말을 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이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그 경찰은 이 차가 미국 차인데 멕시코 보험은 따로 들었느냐고 질문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서 그런 것을 몰랐다고 하니, 그러면 경찰서에 가서 하룻밤 지새고 벌금을 천달라를 내야 하는데, 지금 당장 현금을 내면 보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나도 마침 돈이 없어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하니까, 정말로 돈이 한푼도 없고 은행에서 찾을 수도 없느냐며 화가 나서 여기저기 뒤져보고 연락을 하였다. 그러더니 마침내 자기 차를 따라 오라고 하였다.

산디에고의 한 길가 집
산디에고의 한 길가 집 – 2006

호기심에 멕시코에 놀러왔다 경찰서에서 하룻밤 지새우게 되었구나 하고서 그 경찰차를 따라 갔는데 도착하여 보니, 불빛 없는 캄캄한 들판인데 이곳에서 죽어도 아무 흔적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다른 동료 경찰까지 같이 와서 내게 돈이 정말 없는지를 다시 추궁하면서 손전등을 비추며 내 가방을 수색하였다. 그런데 거기서 캐나다 돈 $100를 발견하자 기뻐하며 돈을 압수하였다. 그것은 내가 캐나다 공항에서 집으로 갈 택시비를 넣어 둔 것이었는데 나도 깜박 잊고 있었다. 그 사실을 경찰에게 설명하자, 그 경찰은 이제 가도 좋다고 하면서 친절하게 미국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나도 배가 고프니 빵값 정도는 남겨달라고 하자 $5를 돌려주었다. 길을 찾아 미국 국경을 넘으니 밤은 새어 새들은 지저귀기 시작하는데 해안 도시인 산디에고의 새벽 공기는 여전히 상쾌하였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돌려받은 돈으로 빵을 사먹으니 긴 하루였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캐나다에 돌아와서 동료들에게 멕시코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니, 그러게 거기에 왜 갔느냐며 그러다가 잘못되면 죽는 경우도 있다는 더 무서운 소리를 내게 하였다.

2017.10.17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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